본문 바로가기

책 소개를 합니다

36년 동안 백수로 산 남자에게 참다못해 엄마가 한 말

반응형

ⓒ Susu

통장에는 이천 사백 원뿐이다.

백 원만 더 있으면 마지막으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을 텐데….

 

집에 있는 커피믹스를 마시면 되는데도

나는 허세를 부려 커피숍 커피를 마실 궁리를 한다.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나이 서른여섯에 백수로 산다는 것.

서른여섯,

백수,

산다는 것.

셋 중에 어떤 게 더 잘못된 걸까?


#1. 고등학교 자퇴하던 날

 

어릴 때부터 사교성이 부족해 친구들이랑 못 어울렸다.

자꾸 무시당하고, 맞고, 울고, 괴롭힘 당하고,

결국엔 자퇴를 하기로 했다.

 

ⓒ Susu

자퇴서 쓰는 날 엄마는 교무실에서도

말 한마디 안 하고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그러던 엄마가 교문을 나오자마자 펑펑 울었다.

“봉철아 미안해… 엄마가 다 미안해…” 하면서.


#2. 입대 하던 날

 

ⓒ Susu

대학교만 들어가면 더 이상 때리지 않겠다던 아빠는

내가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세 번째 자살에 실패하고 나서야 매를 들지 않았다.

 

나 같은 새끼는 해병대에 가야 정신 차린다고 하더니

정신과에 다니던 나를 강제로 입대 시켰다.

난 거기서도 못 버티고 도망 나왔다.

 

지금 나는 아버지와 대화하지 않는다.

대화를 안 한지 십 년도 넘어가지만

지금이 훨씬 편하다.

 

그렇지만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욕을 하고,

그렇게 살지 말라고, 인간쓰레기라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다시 생각난다.

 

‘아빠 때리고 싶어?

때리지 못하니깐 차라리 집에서 나가 버리라던 그때처럼

새벽에 내쫓을 거야?'


#3. 나도 일을 합니다

 

고객 센터에 상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일을 하다가 큰 실수를 해서

사유서를 쓰고 몇 시간 동안 혼났다.

 

ⓒ Susu

본사 직원과 팀장님이 내가 상담했던 걸 들어보더니

“왜 이렇게 말을 웅얼웅얼 답답하게 해?” 하고 말했다.

 

“살면서 친구도 몇 없고,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했는데

말을 제대로 할 리가 있겠어요?” 하고 반박해 볼까 했지만,

나도 이제 어느 정도 눈치가 생겨서 말하지 않았다.

 

나에게도 나름 달라진 부분이 있다.

누군가에게 상담을 받는 입장이 되었을 때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말을 한다.


#4. 다시 백수가 된 날

 

피치 못할 부상으로 길고도 짧았던

6개월간의 직장인 체험이 끝났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 Susu

편의점에 가는데 푸르스름한 것이 떨어져 있어

‘만 원짜리인가?’ 하고 주우려는 순간,

허리에서 “뚝” 하고 뭔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리기조차 힘들어 회사에 연락을 했다.

“근속 유지가 어렵다는 거죠?”

팀장님은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말을 어렵게 표현했다.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들어 한참을 입 안에서 되뇌었다.

하지만 이내 유지가 어려운 것은 근속이 아니라

생존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 Susu

엄마가 드디어 내가 회사 그만둔 걸 눈치챘다.

그만뒀다고 말 못하고 피시방이나 놀이터에 갔는데

윗집 아줌마가 점심에 밥 먹고 나가는 나를 본 거다.

 

“오늘 쉬는 날이여” 하고 며칠은 버텼는데,

어느 날은 엄마가 확신에 가득 찬 눈으로

“봉철이 일 안 나가지?” 하고 물었다.

 

더 이상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

“어, 그렇게 됐네유” 하고 대답했다.

엄마는 화를 많이 냈다.

 

미안하다고, 일을 다시 찾아보겠다고,

지금은 허리가 아파 잠깐 쉬는 거라고 대답했으면

엄마는 기분이 풀렸을지도 모른다.

정작 엄마한테는 “미안해” 한 마디가 쉽게 나오질 않는다.

 

ⓒ Susu

엄마가 아플 때 붙이려고 남겨 둔 파스를 붙였다.

그렇게 허리만 나으면 다시 일을 시작하겠다는

나의 각오와 의지를 보여줬다.

 

‘엄마는 내가 말 안 해도 다 알겠지?’


지난 수요일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선생님이 “어땠어요?” 하고 물었고,

나는 한참 뜸을 들이다 일을 그만 뒀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화내고 짜증내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어요.”

 

선생님은 일을 구할 때까지

조금만 더 버텨보라고 하셨다.

나는 그러겠노라고 당당히 약속했다.

 

‘이제부터 정말 열심히 살게.’

‘점점 좋아지고 있어.’

‘많이 미안해. 엄마.’


*참고 도서: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https://bit.ly/3EqBY8L

 

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 YES24

독립출판 『30대 백수 쓰레기의 일기』 신드롬의 주인공성공한 ‘삼백쓰’ 김봉철이 돌아왔다!연민하거나 동정하거나 울거나 웃거나 그러거나 말거나 김봉철은 김봉철이다세상에는 두 종류의

www.yes24.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