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지 못한 선우는 편의점에 들렀다.
알바생은 선우를 봤으면서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선우는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고
1+1 행사 상품을 두 개 집어 들었다.
알바생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3,400원이요.”
“이거 1+1 아닌가요?”
“행사 끝났어요. 거기 기간 적혀 있는데요.”
선우는 행사가 끝났다는 이야기에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이게 내가 잘못한 거야?
행사 기간이 끝났으면 표시를 빼야 하는 거 아냐?’
“그럼 1+1 스티커를 빼야죠!”
알바생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자신이 무례한 손님이 된 것 같아 더 화가 난다.
아침부터 화를 내는 자신에게도 짜증이 난다.
“손님을 헷갈리게 해놓고 사과도 없어!”
마지막 말은 혼잣말처럼 말했지만
알바생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선우는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분노가 치민다.
상대가 불친절하거나, 배려를 받지 못하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화가 난다.
며칠 전에는 식당 직원이 늦게 온 사람들을
먼저 안내하고 사과 한마디도 하지 않자,
쏘아붙이고 식당을 나가버리기도 했다.
이런 선우를 보고, 속에 쌓아두지 않으니
좋겠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혀 아니다.
죄책감과 분노가 엉켜 마음은 지옥이 된다.
특히, 화를 내는 건 나쁜 것인데
화를 냈다는 심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물론 ‘화’는 부정적 감정이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이라고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선우는 왜 ‘화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을까?
어릴 때 그녀는 예민해서 짜증을 많이 부렸는데,
선우가 떼를 쓸 때마다 어머니는 매몰차게 대했다.
심할 땐 선우를 때리기도 했다.
“성격 불 같은 게 꼭 지 아빠 같아!
왜 너까지 나를 힘들게 해?”
어머니는 선우의 부정적 감정을 비난했고,
‘화는 나쁜 것이다’라고 가르쳤다.
무엇보다 ‘너 때문에 힘들다’는 말에 죄책감이 들었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간절히 원한다.
선우 역시 어머니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힘들어도 티 내지 않고, 화 나도 참으며 자랐다.
그런데 배려할수록 무시당할 때가 많았다.
사람들은 불편을 참는 선우는 무시하면서,
화를 잘 내는 사람들에게는 친절을 베풀었다.
그럴수록 선우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점점 부정적 감정에 압도되어갔다.
이런 상태에서 편의점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는 시행착오를 통해
적절히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러나 선우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선우가 불쾌함을 적절히 표현하고
정당히 누려야 할 권리를 요구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감정을 경험했을 때,
그 원인을 외부의 사건에서 찾는다.
사건 |
결과 |
편의점 알바생이 불친절해서 |
기분이 안 좋아졌다. |
식당 직원이 순서대로 안내하지 않아서 |
분노가 폭발했다. |
’그런데 이 인과관계에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동일한 사건을 경험해도
사람마다 다른 감정(결과)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바라보는 생각과 신념이
심리적 고통의 원인일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생각을
‘비합리적 신념’이라고 표현했다.
‘비합리적 신념’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해야 한다’라는 당위적 생각이다.
또 하나는 ‘모든’, ‘항상’, ‘절대’라는 극단적인 생각이다.
엘리스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감정 이면에는
비합리적 신념이 있으며
이를 합리적 신념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해야 한다’라는 당위적 생각을
‘~하면 좋겠다’ 하는 소망으로 바꾸는 것이다.
비합리적 신념 |
합리적 신념 |
알바생은 손님이 들어오면 웃는 얼굴로 맞이해야 한다. 알바생은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
알바생이 웃는 얼굴로 맞이해주면 좋겠다. 알바생이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하면 좋겠다. |
실수했으면 사과해야 한다. |
실수했을 땐 사과를 하면 좋겠다. |
두 번째는, ‘모든’, ‘항상’, ‘절대’라는 극단적 생각을
‘아닐 수도 있지’라는 유연한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다.
비합리적 신념 |
합리적 신념 |
알바생은 자신이 할 일을 제대로 해야 한다. |
알바생이 자신이 할 일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언제나 앞서 온 사람이 먼저 안내를 받아야 한다. |
순서대로 안내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
오랫동안 자리 잡은 사고방식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꾸준히 운동하면 근육이 생기듯
계속 연습하다 보면 합리적 신념으로 바뀐다.
그러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감정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설령 그 감정이 분노일지라도 말이다.
참고 도서: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이 참아왔다』, 강현식(누다심), 최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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