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와 규진은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먹기로 했다.
나희는 장을 보러 가고
규진은 요리를 준비하기로 약속했다.
나희가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왔을 때
규진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요리를 할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왜 아무 준비도 안 했어?”
나희는 거칠게 손가락질 하며 묻는다.
“내가 마트까지 가서 장보는 동안
당신은 잠이나 자고 있었던 거야?”
규진은 며칠째 이어진 야근으로
피로가 쌓여 깜박 잠이 들었다.
설명하려 해도 나희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나희는 남편이 답답하고 화가 난다.
규진은 아내가 신경질적이라고 비난한다.
두 사람은 주말 내내 이렇게 불편하게 보냈다.
둘의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까?
아니다. 한 명이라도 ‘공감적 미러링’를 했다면
상황은 완벽히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 뇌에는 타인의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특별한 뇌세포들이 들어 있다.
바로 ‘거울 뉴런’이다.
누군가가 우는 것을 보면 따라서 슬퍼지고
웃는 것을 보면 함께 미소를 짓는 것도
거울 뉴런 덕분이다.
세 살짜리 조카를 만났다고 상상해보자.
자신도 모르게 조카의 행동, 표정, 말투를 미러링한다.
미러링은 거울 뉴런에 의한 반사 행동이다.
이때 조카와 나 사이에는 강한 유대감이 형성된다.
누군가를 미러링하면
상대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너를 이해하고 있으며, 너의 언어로 이야기할 것이며,
우리는 같은 것을 경험할 수 있어.’
이처럼 우리는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타고났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갈등 상황에서 미러링을 차단해버린다.
상대방이 나와 다른 주장을 내세우면
맞서 싸워서라도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는 순간,
감정은 상하고 상황은 악화되기만 한다.
이때 누구든 먼저 상대를 미러링한다면 어떨까?
#1. 규진이 나희를 미러링한다면?
집으로 돌아온 나희는 규진을 보고 폭발한다.
규진은 자신이 쉬고 있는 모습이
나희를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희의 흥분한 몸짓과 목소리를 미러링한다.
“당신이 이렇게 화내는 거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당신은 힘들게 장 봐왔는데,
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어!”
그는 애원하듯이 손을 든다.
“정말 미안해. 유독 이번 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더니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 일단 여기 좀 앉아.
내가 장바구니를 정리하고 음식 준비를 할게.”
나희는 서서히 화가 가라앉는다.
“근데 무슨 일로 그렇게 힘들었던 거야?”
규진은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고
분위기가 누그러진다.
#2. 나희가 규진을 미러링한다면?
나희는 누워 있는 규진을 보고 화가 난다.
불같이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규진에게 다가간다.
나희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숨을 길게 내뱉는다.
그리고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 많이 지쳐 보이네.
나도 완전히 녹초가 다 됐어.”
규진은 침대에서 일어나서 나희를 보며 말한다.
“장 보느라 힘들었지?”
“응, 그런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는 거야?”
규진은 한숨을 내쉰다.
“이번 주에 회사에서 정말 힘들었거든.
요리 준비를 아직 못 해서 미안해. 금방 준비할게.”
“아냐. 우리 같이 잠깐 좀 누워 있자.”
누가 잘못했는지, 누가 옳은지는 상관없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맞춰가는 순간
유대감이 생기며 싸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공감적 미러링’은 직장 생활에서도 유용하다.
한 남자가 항공사 창구 앞에 서서
팔을 마구 휘저으며 소리를 지른다.
“내 항공편이 취소됐어요! 이게 말이 돼요?
중요한 회의에 못 가게 생겼다고요!”
이 때 직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고객님께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죠!
다른 항공사로 예약을 변경할 수 있는지 알아볼게요!”
직원의 반응에 남자는 흥분을 조금 가라앉힌다.
항공사 직원은 화가 난 남자를 미러링했고,
그에게 다음과 같은 신호를 보낸 것이다.
‘나는 당신이 화가 난 사실을 이해하고
당신의 감정을 인정합니다.’
미러링이란, 당신의 입장을 제시하기 전에
상대방의 생각과 느낌을 먼저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당신은 모든 사람을 미러링할 수 있다.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고
장기적으로 굳건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참고 도서 : 코르넬리아 슈바르츠 & 슈테판 슈바르츠, 『당신은 타인을 바꿀 수 없다』
'책 소개를 합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졸중이 발생하면 1시간 안에 벌어지는 일 (1) | 2020.06.28 |
---|---|
돌봄 교실에 아이 일찍 데리러 가자 선생님이 한 말 (0) | 2020.06.27 |
요즘 해외에서 난리라는 신박한 다이어트 (0) | 2020.06.25 |
후배 눈치 보는 직장인들을 위한 고민 해결법 (0) | 2020.06.24 |
불륜에 빠진 환자 정신차리게 한 정신과 의사의 말 (0) | 2020.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