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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를 합니다

이혼한 여자가 한 어르신에게 들은 역대급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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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예빈

결혼 13년 차, 나는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남편의 심각한 폭언과 학대 속에서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다칠까 봐 두려웠다.

 

참고 노력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나아지겠지 믿었던 세월도 10여 년이었다.

 

깊이 고민한 나는 인생에서 남편을 빼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나의 인생을 구하고

남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매일 주어지는 똑같은 하루이지만,

결혼 독립 후 다가온 시간들은

모든 때 모든 날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1. 오후 5시의 풍경

 

이혼 전, 나는 오후 5시가 되면

마음이 굉장히 불안해졌다.

 

© 조예빈

막내 하원 시간인 4시 30분부터 마음이 바빴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 걸음이 느려지는

아이의 손목을 잡아끌어야 했다.

 

내가 늘 불안했던 이유는,

남편이 집안 상태를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조예빈

 

집안이 어질러져 있으면 그는 화를 냈다.

나는 불안하고 억눌린 상태로 오랜 시간 살아왔고

그 트라우마가 오래도록 지속됐다.

 

그런데 독립해서 나와서는, ‘오후 5시’라는 시간이

내가 가장 편안해지는 때가 되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불안할 일도 없다.

 

해가 길어지고 날씨가 화창한 봄, 가을이면

오후 5시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 조예빈

강박적으로 나를 다그치지 않아도 되고

더 불안하지 않아도 되는 삶.

결혼 독립 이후의 삶이 가져다준 최고의 평화이다.


#2.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게

 

큰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아이 아빠는 오지 않았다.

아이가 아빠의 빈 자리를 느끼진 않을까 걱정됐다.

 

© 조예빈

다행히 아이는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즐거워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단 있고

야무지게 자란 아이를 보며 고맙고 대견했다.

 

며칠 전에는 일곱 살 막내가

설거지 하는 내 옆에 슬그머니 와서 물었다.

 

“엄마는 왜 아빠를 두고 이사 나왔어?

자꾸만 눈물이 나서?”

 

© 조예빈

“응, 엄마가 눈물이 나서, 너희도 눈물 나게 할까 봐….”

 

“이제 눈물 안 나? 예쁜이들하고 같이 있으니까?”

 

“그럼, 이제 눈물 안 나지, 우리 예쁜이가 있으니까.”

 

혹여 내가 모르는 일이 있을까 봐

아이들에게 한 번씩 말한다.

 

“아빠가 보고 싶다거나

뭐든 궁금한 게 생기면 언제든 물어봐도 돼.

당연하고 그래도 되는 거야.”

 

그러면 아이들이 필요한 경우에 얘기할 테니

엄마는 일일이 신경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마디.

 

“사는 모습은 다 다른 거니까.”

 

그래, 살아가는 모습은 다 다른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이상하게 바라보진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하루는 당신의 하루만큼이나 괜찮으니까.


#3. 내 아이는 내가 잘 키울게요

 

한 어르신에게 전화를 받았다.

지금이라도 아이들과 집에 들어가라고 한다.

그리고 싹싹 빌고 평생 납작 엎드려 살라고 한다.

 

© 조예빈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겁도 없이,

성급하게 집을 나왔다는 것이다.

애들을 데리고.

 

“참을 줄 몰라서 나온 게 아니라,

참다 참다 나온 겁니다!”

 

이 시대에 여자가 혼자 애 키우며 살아가려면

귀 하나 닫고 눈 하나만 뜨고

입은 열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날 일기에는 이렇게 썼다.

 

“내 아이는 내가 잘 키울게요,

제 인생 똑바로 잘 살아 나가겠습니다.

저의 길에 훼방 놓지 마세요.”

 

나는 바람을 맞으며 점점 더 튼튼해져

아이들에게 든든한 뿌리가 되는

나무로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 역시 자신의 삶에 든든히 뿌리를 내리고

큰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 나무로 성장하게 할 것이다.

육아의 끝도 독립이고 자립이다.


참고 도서: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 아인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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