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씨와 범수 씨는 2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항상 범수 씨가 조금 늦는 편이라
그날도 진주 씨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진주 씨의 옆 테이블에서는
남자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곧 한 여자가 왔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한 범수 씨는
“왜 이렇게 일찍 왔어?”라고 장난을 쳤다.
그 말에 진주 씨는 참았던 화가 터졌다.
“야! 내가 일찍 온 거냐? 네가 늦게 온 거지?”
옆 테이블 남자는 먼저 와서 기다리더라.
미안하다는 말만 했어도 내가 이렇게 화는 안 나.”
진주 씨가 몰아붙이자
평소 같으면 미안하다고 했을
범수 씨도 울컥해서 화를 냈다.
“야, 내가 맨날 늦었냐?
너는 늦을 때 없었어?
그딴 식으로 말하지 좀 마.”
결국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싸우고 헤어졌다.
두 사람의 대화가 실패로 끝난
결정적 원인은 무엇일까?
갈등 중재 및 대화 훈련가 박재연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대화가 단절되는 이유를
‘자동적 생각’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동적 생각’은 툭 떠오르는 생각으로
갈등 상황에서 ‘자동적 생각’이 말로 튀어나오면
대화를 단절시키고 갈등이 깊어지게 된다.
자동적 생각으로 인해
대화가 단절되는 패턴은 크게 6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동적 생각’의 6가지 패턴 판단 | 비난 | 강요, 협박 | 비교 | 당연시, 의무화 | 합리화 |
진주 씨와 범수 씨의 대화에서 살펴보자.
진주 씨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난 상황에서
남자친구가 장난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니
자동적 생각이 말로 쏟아져 나왔다.
야! 내가 일찍 온 거냐? 네가 늦게 온 거지” – 판단 옆 테이블 남자는 먼저 와서 기다리더라. 느껴지는 것도 없어? - 비교 미안하다는 말만 했어도 내가 이렇게 화는 안 나. - 합리화 |
범수 씨도 예상치 못한 진주 씨의 반응에
기분이 나빠져서 무의식적으로
자동적 생각을 쏟아냈을 것이다.
내가 맨날 늦었냐? - 합리화 너는 늦을 때 없었어? - 비교 그딴 식으로 말하지 좀 마. - 강요, 협박 |
이처럼 대화를 단절시키는 자동적 생각의
여섯 가지 패턴 중 일부를 자세히 살펴보자.
#1. 비교
“저 사람은 안 그러는데 너는 왜 그래?”
“다른 사람들도 다 이상하대. 대체 왜 그래?”
비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가 해주지 않을 때
상대에게 수치심을 주어서라도
하게 만들겠다는 방식의 표현이다.
이런 비교를 들은 사람은
자연스럽게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자신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한다.
어릴 때 보호자로부터
이런 비교를 통한 가르침을 자주 접한 사람은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자아상을 갖기 어렵다.
#2. 당연시
“대리 3년 차면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네가 바보 같은 행동을 하니까 그런 취급 받는 거야.”
당연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며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의 틀과 기준에서,
‘당연히 해야 한다’는 말로
상대에게 죄책감을 주고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유가 어딨어. 당연한 거지.”라는 말에는
역으로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할 수 없어.”라는
생각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3. 합리화
“날 이렇게 폭력적으로 만든 건 너야.”
“욕할 만 하니까 욕하는 거야.”
합리화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는
남 탓을 할 때 드러나는 표현 방식이다.
주로, 행위의 원인을 상대에게 두며
자신은 불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동적 생각을 하며,
자동적 생각은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르다.
자동적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내가 가진 자동적 생각을 의심하지 않으면
습관적인 말과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대화가 실패했다고 여겨질 때,
나와 상대의 자동적 생각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과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도서 : 박재연,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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