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둔 돈도 없고 건강하지도 않은 나는
2년간 운영하던 작은 가게를 정리하니
순식간에 우울하고 무기력한 집순이가 되었다.
가끔 오는 안부 연락에는 바쁜 척하며 만남을 미뤘다.
내 우울한 상황을 말하기도 힘들었고
지인들의 행복한 근황을 듣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친구와 한 번 만나면 일주일은 돈을 절약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나는 혼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고
몇 없는 주변 사람들과는 더 멀어져 갔다.
SNS를 보면 사람들은 즐겁고, 행복하고, 잘살았다.
비참한 마음이 들어서 참을 수 없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찍었다.
푹푹 찌던 여름.
순수하게 ‘죽음’을 생각했다.
아무리 찾아도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인생의 클로징을 생각한 그 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를 변화시켜 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싱겁고 가볍고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조금씩 내 하루를, 나를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1. 방구석으로 출근하기
집에만 있다 보니 다 늘어지고 구멍 난 옷,
떡진 머리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간단한 물건을 사야 할 경우가 생겨도
그냥 버티고 집에 있었다.
계획한 일과 해야 할 일도 계속 미루고 미뤘다.
더 이상 하루를 이렇게 보낼 순 없었다.
집에서도 일상으로 출근한다는 생각으로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어디 가지 않더라도 하루 한 번 머리카락을 씻고
밖에 나가도 될 만큼 깔끔한 옷을 입었다.
베개에 눕지 않기 위해 얼굴에 화장품을 발랐다.
방구석에서 방구석으로 출근을 하며 되뇌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지만
우선 이 일상이라도 잘 살아내는 것이
지금 내 일이라고.
2. 싸고 신선한 재철 채소로 요리하기
잔병치레를 하고, 대상포진에 걸리고
바이러스 감염까지 되고 나니 의문이 생겼다.
‘왜 항상 힘이 없고 여기저기 아픈 걸까?’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을 되돌아봤다.
가게를 하면서 편의점 도시락 먹는 습관이 들어
집순이 생활을 하면서도 편의점 도시락을 끊지 못했다.
그런 음식을 사다가 미친 듯이 먹으면
그 순간은 즐거움이 느껴졌지만,
폭식의 끝엔 더 큰 우울감과 공허함이 몰려왔다.
밖에서 먹는 간단 음식을 조금 줄이고,
반찬만 포장해 곁들여 먹을 음식과 반찬을
내가 조금씩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계절마다 싸게 나오는 채소를 사서 깨끗이 씻고,
초고추장 또는 간장 양념에 무쳐 먹었다.
싱싱한 풀을 아작아작 소리를 내면서 씹고 넘기며
그 시간, 그 계절을 느껴봤다.
지금을 살고 있는 나를 아끼고 보살펴 주었다.
3. 힘들지만 보람찬 셀프인테리어하기
칙칙하고 빛까지 잘 들어오지 않는 창고 같은 방에
종일 처박혀 있으니 마음이 더 우울해졌다.
큰맘 먹고 셀프 인테리어를 결심했다.
방이 깨끗해 보이도록 벽지를 흰색으로 칠하고,
널브러진 물건들을 모두 정리했다.
계속 움직였더니 ‘단순 노동’에서 오는 활력이 느껴졌다.
눈에 띄게 달라진 내 방을 보며 성취감을 느꼈고,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뀐 방에서
예전과 다른 삶을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다시 눈 뜬 오늘은 나에게 큰 의미가 없었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쓸모없는 물건 같았다.
죽고만 싶었던 내가 이젠 생각을 실행에 옮기며
미래를 계획하고 ‘살 내일’을 생각하는 게
스스로 너무 멋지고 대견하다.
다른 사람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나는 나대로 내 삶을 잘 꾸려 가볼 생각이다.
난 내가 걸어갈 ‘내 삶’에만 최선을 다하면 된다.
참고 도서: 『오늘도 집순이로 알차게 살았습니다』, 삼각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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