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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를 합니다

1971년, 한국을 충격에 빠뜨린 비행기 납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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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비행기에서는 종종 건장한 젊은 남자가

객실 맨 앞이나 맨 뒷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 조예빈

 

이들은 승객이 승무원의 통제를 따르지 않거나

만취 상태로 주정을 부릴 경우

어디선가 나타나 단호하게 승객을 제압한다. 

 

이들의 역할은 비행 중 기내에서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테러를 제압하는 것인데,

바로 에어마샬이라고 불리는 보안승무원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보안승무원이

기내에서 실제 테러범을 사살한 적이 있다.


1971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는

월북을 요구하는 테러범이 타고 있었다.

 

범인 김상태가 월북을 하려 한 동기는 알 수 없지만,

당시 휴전선과 인접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는

월북을 유도하는삐라*가 대량으로 살포됐다.

 

*선전이나 광고선동하는 글이 담긴 종이를 말하는 북한어

 

ⓒ 조예빈

강원도 고성에 살던 22세 청년 김상태는

탄광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폭탄 제조 방법을 익혔다.

 

ⓒ 조예빈

 

123, 오후 1 7

그는 직접 만든 폭탄을 가방에 넣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가 홍천 상공을 지날 즈음

김상태는 가방에서 폭탄 두 개를 꺼내 던졌다.

 

조잡한 사제 폭탄이었지만 위력은 강력했다.

폭음과 함께 객실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기내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기장은 간첩에 의한 테러를 직감하고

관제소에 납치 상황과 비행기의 위치를 통보했다.

 

ⓒ 조예빈

김상태는 폭탄을 거머쥐고

조종실로 뛰어 들어가 당장 북으로 가지 않으면

조종실에 폭탄을 던지겠다고 위협했다.

 

기장은 요구대로 비행기를 북쪽으로 돌리며

재빨리 비상착륙 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 조예빈

비행기가 휴전선에서 불과 5km 떨어진

화진포 상공에 이르렀을 때

기장은 북한 영공으로 넘어왔다고 속이고 강하했다.

 

그러나 해변의 지형을 보고 화진포임을 알아챈

김상태가 폭탄을 던져버리겠다며 날뛰자

기장은 고도를 올려 북으로 비행할 수밖에 없었다.

 

ⓒ 조예빈

한편 기장의 납치 상황 통보를 접한 공군은

즉시 F-5 전투기 두 대를 출격시켰다.

 

비행기를 발견한 공군의 전투기들은

비행기가 북쪽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좌우로 에워쌌다.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한 기장은

북한 측의 소련제 미그기가 요격*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김상태를 속였고 그는 그 말을 믿었다.

 

*공격해 오는 대상을 기다리고 있다가 도중에서 맞받아치는

 

그 사이 객실승무원은 김상태를 속이기 위한

거짓 기내 방송을 했다.

 

“이 비행기는 지금 북한 영공으로 들어왔습니다.

북한에 착륙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니

가지고 있는 신분증을 지금 모두 찢어버리십시오”

 

ⓒ 조예빈

 

방송을 마친 승무원은 객실을 돌아다니며

승객들에게 크게 통곡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승객들이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 혼자 남은 우리 어머니는 어쩌나.”

 

 

ⓒ 조예빈

보안승무원은 승객들을 위로하는 척하며

조종실에 있는 김상태에게 접근했다.

그의 품에는 장전된 권총이 숨겨져 있었다.

 

김상태가 전투기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보안승무원은 권총을 뽑아 발사했고

김상태는 절명하며 폭탄을 떨어뜨렸다.

 

조종실에서 폭탄이 터지면

비행 시스템이 무력화되어

비행기가 그대로 추락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 조예빈

부기장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을 날려 폭탄을 품에 끌어 안았다.

폭탄은 그의 하복부와 어깨 밑에서 폭발했다.

 

다행히 조종 시스템은 손상을 입지 않았다.

기장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고성군 바닷가에 비상착륙 했다.

 

치명상을 입은 부기장은 응급 치료를 받았지만  

서울로 이송되는 도중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정부는 그에게 보국훈장을 추서했다.


 참고 도서 : 『플레인 센스』,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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